감동 먹었습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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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집사람은 어서 빨리 일어나라고 난리다.
하기야 내게 아침이란 그저 오전 정도....ㅎㅎㅎ
일어나자 마자 거대한 홍어와 씨름 한판을 벌여야 했다.
장갑을 끼고... 마치 톱같은 칼을 들고...
그런데... 이거 참... 만만찮다.
시간만 흘러가는데 땀은 흐르고 마음대로 되지는 않고...
결국 집사람을 꼬드겨서 동네 생선가게로 보냈다.
밝은 얼굴로 돌아온 집사람과 홍어를 생선가게로 가져가서 부탁을 한 후에...
가까운 친구네에 들러서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기다렸다.
아니... 너무 일찍 다 끝났단다... (역시 프로가 다르네...)
홍어를 찾으러 가서...
누구보다도 그 손질이 어려움을 잘 아니까.... 수고료를 좀 드리라고 했는데...
홍어를 찾아온 집사람 왈...
"아무리 해도 아저씨가 돈을 안받으시는데..."
"아 그래도 얼마 놓고 와야지...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랬더니만 아저씨가 부득 부득 쫓아 나오시면서 도로 주시던데..."
"그래도 그렇지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남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그냥 와...?"
"아저씨가 단골손님이니까 해주는거지... 애초에 돈 받고는 이런 일 안한다고 하시면서...
절대로 안받으신대. 아 정 그러면 당신이 가서 주고 와보셔..."
"단골은 무슨 단골... 몇번이나 갔다고...?"
말이야 이렇게 왔다갔다 했지만....
사실... 저... 감동... 먹었습니다.
생선... 좋아는 하지만 여기저기서 생기기도 하고...
(얼마전에도 와이프가 제주 다녀온 친구네에서 갈치, 고등어, 옥돔 섞어 한박스...)
어쩌다가 사먹거든요. (그것도 여기저기서...)
물론 무슨 일이 있을때면 그 집에 몇번 들락거리면서 사기도 했지만요.
결코 대단한 단골은 커녕 그저 얼굴 알아주는것만도 다행일 판인데...
예전 1993년쯤인가 처음으로 88고속도로를 달릴때...
대구에서 경고등이 들어오려는 걸 고속도로 들어가서 넣지... 하고 그냥 달리다가...
유일한 주유소가 있는 지리산 휴게소를 앞에 두고 기름이 결국은 바닥....
지나가던 트럭 아저씨가 차를 세우시더니...
"왜 그래요?"
"저 기름이... 아 왜 여긴 주유소가 없지요?"
암말 없이 자기차로 가서 로프로 견인준비를 해서 잠자코 주유소에 끌어다 주고...
"이거 저 수고하셨는데..."
"아니 내가 뭐 이런거 받으려고 했나요?"
"그래도 수고하셨는데... 그냥 너무 감사해서..."
"허 참... 이거 꼭 주어야 한다면 나 도로 원위치에 끌고 가버릴겁니다."
얼굴까지 벌겋게 되시면서 극구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시던 기사 아저씨...
이런 분들이 있기에...
그나마 세상이 요만이나마 살만한 세상인것 같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친절...
비록 작은 것이라해도 받은 이의 마음에는 큰 감동이 밀려옵니다.
심지어는 속여서라도 돈을 더 벌겠다는 사람이 많은 이 세상에서...
자신의 당장의 이익에 상관없이 아니 오히려 손해를 무릅쓰고 베푸는 친절...
아무리 감정이 메말랐다 해도 어찌 감동을 안먹고 배기겠습니까?
저녁먹은 후 하나로에 가서 야채들 사다가 양념을 하고...
이제 다 끝내고 뒷처리하고 집사람은 잠이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엔 한가득 담아서 생선가게 아저씨 좀 갖다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단골 아닌 얼치기 손님이었던 우리는...
이제는 두말없이 그 생선가게 단골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몇백억원이 걸린 복권추첨에서 당첨되지 않았지만...
마음 가득 행복함이 느껴지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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