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준(70회) 교우, 매경 2003.1.6.(월)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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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9회 작성일 2003-01-06 00:00
전병준(70회) 교우, 매경 2003.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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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말로만 正道경영 </b> 지난 84년 인도 보팔시에서는 미증유의 대참사가 발생했다. 다국적 기업인 유니언 카바이드 농약공장에서 밤중에 독가스가 누출된 것이다. 안전장치 미숙으로 발생한 이 사건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사망자의 몇 배나 되는 사람들이 실명하는 등 불구가 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고 중 하나였다. 가해자격인 유니언 카바이드는 당시 세계 굴지 화학회사였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세계인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재기에 몸부림치기도 했지만 결국 라이벌인 다우케미컬에 흡수ㆍ합병 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기업윤리가 문제가 돼 곤욕을 치른 예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1년 발생한 두산의 낙동강 페놀유출사건. 식수원인 낙동강에 유독성 물질을 방류한 이 사건으로 두산그룹은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쳤다. 결국 박용곤 회장이 물러나고 이후 뼈를 깎는 노력 끝에 국민적 신뢰를 다시 회복했지만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올 들어 대기업들이 일제히 '정도경영'을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마치 서로 입을 맞춘 듯 대언론 홍보도 활발하다. 아직까지 정도경영에 대한 정의는 확실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윤리경영, 신뢰경영 등과 혼용해 쓰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진영의 재벌 개혁 움직임에 기업들이 미리 대응하는 '눈가림'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정도경영은 기업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투명한 경영을 말한다. 엔론 사례와 같은 비윤리적인 분식회계를 지양한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 최고수뇌부의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또 변칙적인 상속ㆍ탈세를 방지하겠다는 것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중간관리자들이 하도급업자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관행을 차단하는 것도 정도경영의 중요한 한 축이다. 외부적으로는 시장질서를 지키고 사회적 기여를 확산시켜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 사장단회의에서 이건희 회장이 카드사간 이전투구와 관련해 "정도경영을 하라"고 질타한 것이 그 예다. 주목할 것은 기업의 정도경영이 이윤극대화와 맥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편법영업과 변칙경영이 기업에 득이 될 것 같지만 한번 소비자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투명하고 바른 경영이 처음에는 거북이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승리하는 길이다. 기업들이 아직까지 사외이사제도에 소극적이지만 오너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기업이 공중분해되거나 큰 위기에 처했던 사례를 생각하면 제대로 된 경영의 중요성이 새삼 깨우쳐진다. 대기업들이 올해를 정도경영 원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늦게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정도경영을 목말라하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은 예년에 비해 1~2개월씩 앞당겨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외환위기 후 인사 투명성과 주주의견 반영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해 주총에서 임원승인을 받던 관행을 다시 퇴보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일부 대기업은 검증되지 않은 2~3세들을 대거 경영에 참여시키거나 고속 승진시키는 등 후진경영을 버젓이 지속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 구조조정본부 역시 주요 기능 중 하나가 오너의 변칙상속이나 잘못된 벤처투자의 뒤치다꺼리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변칙영업으로 공정위에서 수십억 원씩 과징금을 부과당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철면피 기업도 많다. 정도경영은 구호로만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 실천이 중요한 것이다. <전병준 산업부 차장>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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