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근(66회) 교우, 동아일보 2002.12.20.(금)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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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83회 작성일 2002-12-20 00:00
이찬근(66회) 교우, 동아일보 2002.12.2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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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금요칼럼]이찬근/16대 大選, 새政治의 싹 </b></font><font size=1><br><br></font> <img src="http://www.donga.com/photo/news/200212/200212190220.jpg" border=0 align=left hspace=10 vspace=10>선거는 단지 새로운 지도자를 뽑는 절차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시대의 문단을 가르고,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민주주의의 축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16대 대통령선거가 막판 노무현-정몽준 공조 파기로 정치불신을 매듭짓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으나, 일정 수준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산업화, 민주화 이후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분출했고, 적어도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접근한 선거였다. ▼지역 벗어나 정당정치 가능성 무엇보다도 그동안 우리를 낙담케 해 온 퇴행적 지역 대결의 구도가 약화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87년 6월 민주대항쟁 이후 15년간 내내 전횡적 3김 보스 정치가 지역갈등을 역이용해 정치권력을 나눠먹기식으로 지배해 왔다면, 이제부턴 정당정치에 기반을 둔 보다 명분 있고 전향적인 대립의 축이 형성될 수 있다는 희망의 싹을 돋게 했다. 지역구도의 후퇴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세대라는 변수였다. 90년대 이후에 치러진 여덟 차례의 선거에서 줄곧 기권을 통해 기성 정치에 환멸의 의사를 표현했던 많은 젊은층 유권자들이 다시금 선거판으로 돌아왔다. 공동체적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를, 규율과 위계 보다는 수평적 네트워크를, 정치보다는 문화를, 논리보다는 감성을 선호하는 이들은 사이버 공간을 통해 마치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바람의 정치’를 만들어냈다. 국민참여 경선제를 기폭제로 발생한 노무현 바람과 월드컵 열기를 타고 등장한 정몽준의 바람이 그러했다. 이로써 대체로 50대 연령층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편으로, 20∼30대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편으로 구획되는 경향을 뚜렷이 보이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서 철저히 금기시되어 오던 이념적 스펙트럼의 확장이 이루어졌다. 무명의 정당이긴 하지만 사회당이 대통령 후보를 냄으로써 사회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시민권’을 확보했고, 민주노동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8.3%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낸 여세를 몰아 사람들의 의식에 빠르게 침투해갔다. 원래 민노당은 계급적인 강령에 속박되어 있다는 인상이 짙었으나, 이번 선거에선 대중적인 정당으로 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환위기 이후 사회적 불안의 요인으로 등장한 빈부격차의 확대, 중산층의 축소, 일자리 비전의 상실은 민노당 약진의 토양이 되었다. 이들이 내건 부유세의 신설, 교육 의료 서비스의 무상지원과 같은 새로운 정책은 민주주의가 나의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회의하던 사람들에게 사회적 시장경제라는 또 다른 대안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선거 때마다 기승을 부리던 색깔 논쟁도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구상에서 한반도만이 유독 속냉전의 덫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국민은 짜증을 냈고, 주한 미군에게 점령군적 지위를 보장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을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함에 따라 미국을 ‘아름다운 나라’로 일방 추종해오던 대중의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렇게 2002 대선은 지역적 반목과 냉전적 사고로 점철해온 구태를 벗고, 부분적으로 세대·이념·정책 대결의 구도를 연출했다. 그런 만큼 우리 사회의 갈등지점은 더욱 다변화했고, 민주주의의 틀에 실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합의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국민 자신감 회복에 전력을 민주화란 아직 종료된 프로젝트가 아니다. 그러기에 새 대통령은 무거운 멍에를 짊어져야 한다. 그에겐 성역과 금단이 용인되지 않으며, 자칫 사회변동의 흐름을 읽지 못할 경우 곳곳에서 지뢰가 터질 수 있다. 그는 사회적 통합에 최우선순위를 부여하되, 이를 비전으로 극복해야 한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어느새 위협으로 느껴지고, 중국의 급속한 부상으로 산업과 일자리가 위축되고 있는 현실에서 그는 내용 있는 선진화 프로그램으로 국민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자칫 국민의 높은 동기 부여가 갈등의 확대재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찬근/인천대교수·객원논설위원 ckl1022@inche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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