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정보산업고 올해 7명이 미 주립대 합격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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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정보산업고 올해 7명이 미 주립대 합격 [중앙일보]
전문계 고교 ‘통쾌한 반란’
자격증 인정하는 미국 입시 맞춤 준비
자격증 인정하는 미국 입시 맞춤 준비
명문 외국어고도 아닌 전문계 학교에서 미국의 명문 주립대학 합격생을 7명이나 배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일부 전문계 학교에서도 유학 준비반을 운영하지만, 교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도봉정보산업고에서는 기존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꿈이 이루어졌다. 학교의 전략적이면서도 열성적인 지도와 학생들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전문계 학교에 웬 유학 대비반?”=도봉정보산업고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크게 호평을 받지 못했다. 중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학생의 성적이 중간 이하였다. 1200여 명의 전교생 중 생활이 어려운 학생도 꽤 있었다.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지난해 초부터. 2005년 부임한 박노원 교장은 학생들과 한 해를 보낸 뒤 학생들이 패배의식에 빠져 별다른 꿈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웠다. 공부를 해 봐야 뭘 하겠느냐는 분위기도 교내에 팽배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이 꿈을 갖도록 미국 유학 대비반을 만들었다. “성적만 보지 않고 다양한 자격증과 경력을 인정하고 사회봉사활동을 쳐주는 미국 대학 입시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조롱 섞인 반대가 튀어 나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직업계 학교에서 무슨 유학이냐”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박 교장은 그해 3월부터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차례 설명회를 열었다. 학생과 학부모를 초청해 직접 설명하기를 수십 차례. 이런 그의 열성에 학부모와 학생들도 호응하기 시작했다. ◆전략적인 진학지도가 성공 비결=유학준비반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1학년 11명과 2학년 10명을 합해 21명이 참여했다. 매일 오후 4시쯤 수업이 끝난 준비반 학생들은 오후 10시까지 컴퓨터와 영어수업을 받았다. 영어와 전문 강의를 위해 학교는 외부 전문강사를 초빙했다. 학생들은 평일은 물론 방학 때에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책과 씨름했다. 시험을 치러 점수가 나오지 않는 학생은 집에도 보내지 않는 스파르타 식 교육이 이어졌다. 이런 고된 일정이 되풀이되자 학생들은 지치기 시작했다. 6개월이 채 안 돼 2학년 3명을 포함해 7명이 유학반을 떠났다. 텍사스주립대에 합격한 윤정수(18)군은 “처음에는 교실이 감옥처럼 느껴져 도망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학교와 아이들은 굴하지 않았다. 윤군은 “이를 악물고 매일 영어 문장을 외우고 영어로 글을 쓰면서 살았다”고 말했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국제정보기술자격증(CCNA) 시험를 치르게 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회사인 시스코(Cisco)시스템스가 주관하는 자격증 시험에 학생들이 합격하면서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이 자격증이 있으면 미국 대학 입학에서 유리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사회봉사활동 경력을 쌓도록 이끌었다. 이 학교 서영숙 정보통신부장은 “준비반 학생들은 한 해 50~60시간 정도 봉사를 했다”며 “이는 일반 학생의 5~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유학준비반 소속 3학년 학생 7명 전원이 미국의 주요 주립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피츠버그주립대에 합격한 이하늘양은 “학교와 선생님의 도움에 감사드리고 미국에 가서도 학교 명예를 높일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