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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18회 작성일 2002-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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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복과 불복의 차이-정몽준과 이인제 서영석의 '삐딱하게 본 정치' <43> 2002-12-04 오전 10:23:42 1. 이인제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으로 갔다. 누구나 예상했던 일이다. 민주당에서는 더 이상 못 배길 것이라고들 믿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상사란 아무리 돌고 돌아도 결국 믿는 대로 되는 모양이다. 사실 이인제 의원이 민주당내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이후 그의 정치적 생명은 거의 사망상태로 들어갔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당 경선은 이 의원이 원했건 원치 않았건 수구 대 개혁간의 싸움 양상을 띠었고, 거기서 수구 역할을 맡았던 이 의원이 설 자리는 없었다고 하겠다. 원래 당내 경선이 끝나면 승자와 패자가 악수하면서 서로 화합해야 마땅하지만 이 의원은 당내경선에서 수구역할을 자임하면서 민주당과 적대적 위치에 있는 한나라당의 나팔수 노릇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어떻게 화해가 가능했겠는가. 결국 자신의 말(수구논리)를 바꿀 수 없으니 타는 말(黨)을 갈아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도 수구적 역할이 전혀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으나 후보단일화로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등장하면서 그런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사라져버렸다. 탈당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이 의원은 대선 이후 지역구도를 다시 생각하는 모양이다. 자민련을 선택하고,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그런 그의 심중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의원이 한나라당에 합류하면 오히려 표 떨어진다고 질색을 하는 한나라당 내부의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대선 이후를 생각해 충청권 맹주 가능성을 보면서 자민련으로 간 것도 이 의원에게는 외통수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두번의 경선 불복에 대한 국민의 냉소적인 시선을 감안하면 그의 외통수적 선택도 별로 약발 먹힐 것 같지는 않다. 어쨌든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2. 정몽준 불복과 승복이란 말은 글자 하나 다른 것이지만 뜻은 정반대다. 그런만큼 그에 대한 정치적 효과도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인제 의원의 불운과 대조되는 것은 역시 정몽준 대표다. 이 의원은 경선에 불복했고, 정 대표는 (단일화 경선과 다름없는 여론조사 결과에) 승복했다. 물론 정치적인 속내까지 탐색해 보면 정 대표의 승복이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이다. 사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강 구도에 정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정치적 모험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가 아무리 부인한다 하더라도 현대와의 관계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중도하차한 이상 남은 것은 양자택일밖에 없었다. 하나는 정치의 꿈을 접고 차기 당선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납짝 엎드리는 방법이 있고(물론 이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죽으라고 뛰는 방법이 그것이다. 정 대표가 경선결과에 승복한다고 말한 순간 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몸이 되는 것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책조율이란 핑계로 참여를 머뭇거리고 있다. 정책조율이란 명목으로 그를 중심으로 몰려든 정치예비군들의 자리챙기기(나눠먹기인가?)를 꾀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노무현 후보의 당선가능성에 회의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일 수도 있다. 대권도전을 선언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리송한 행보의 연속이다. 왜 아리송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가. 대선 이후에도 정 대표가 정말로 정치를 계속하려든다면 지금 노무현 후보와의 적극 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당선된다면 패배한 당의 핵분열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정 대표가 될 것이다. 노 후보가 낙선한다면 민주당의 선택은 정 대표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머뭇거리고 있으니 아리송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3. 정치적 비중도 천양지차 승복과 불복으로 갈린 두 사람의 명암도 대조되지만 이들이 갖는 정치적 영향력의 강도도 선명히 갈리고 있다. 이인제 의원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이회창 대세론의 관점에서 이인제 의원처럼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사람도 이회창 대세론에 합류한다는 정도의 의미부여에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얘기들을 종합하면 충청도 영향력도 별무신통인 모습이다. 반면 아직 노무현 후보에게는 정몽준 대표가 큰 도우미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부산-울산-경남이란 민주당의 전략목표에서 정 대표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울산도 한자리 하고 있고, 무엇보다 40대 연령층의 불안감을 정대표가 희석시켜 줄 수 있을 것이란 관측 때문이기도 하다. 두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만 따지면 이처럼 천양지차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두 사람이 양강구도에 끼치는 영향력으로만 놓고 보면 역시 종속변수일 뿐이다. 20대와 30대, 그리고 50대란 세대별 대립구도가 갖는 특성, 영남표심의 향방 등 판도를 결정지을 주체적인 변수는 거의 확정되다시피 한 상태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선에 큰 영향력을 미쳐서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승복하고 불복하고 하는 차이가 정치적 장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우리 정치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서영석/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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