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져가는 낙엽뒤에 숨겨져 움트는 생명의 신비를 아시는지요.
본문
떨어져가는 낙엽뒤에 숨겨져 움트는 생명의 신비를 아시는지요?
푸르던 잎들이 울긋불긋 변할 때는
계절의 변화에 철없이 좋았습니다.
그 잎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갈 때는
우수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잎들이 말라비틀어지며 나무를 떠날 준비를 할 때는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계절을 재촉하는 비가 오고 세찬 바람이 불 때
냉엄한 자연의 법칙을 지켜보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잎들이 모두 떨어졌을 때 허전함과 무력감에 답답했습니다.
자신을 덮어주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린 나무의 진실된 모습에서
새로운 생명을 발견하고 가슴이 뛰어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떨어져가는 낙엽뒤에 숨겨져 움트는
새로운 생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겨울에는 결코 춥지 않습니다.
잉태되어 있는 생명을 발견한 기쁨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을 함께하고픈 분들에게 이 글을 통해 섬에 사는 나뭇꾼의 마음을 전합니다.
(2002년 12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