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지키는 정치문화 길터"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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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6 11:54AM
"약속지키는 정치문화 길터"
심은정/ejshim@munhwa.co.kr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 ‘패자의 깨끗한 승복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 지평을 열었다’‘경선이 아닌 여론조사로 대선후보를 결정한 것에 신뢰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있다’는 등의 반응이 엇갈리며 큰 화제를 일으켰다. 또 대선 구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단일후보간 보혁(保革) 양강 구도로 재편됨에 따라 정책대결이 가능해지고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함께 단일화가 두 후보간 정책과 이념을 고려하지 않은 ‘나눠먹기식 결합’이란 지적도 없지 않았다.
◈“정치인도 약속 지켰다”〓서울대 김홍우교수(정치학)는 25일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승자에게 협력을 선언한 것은 한국 정치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실련 신철영 사무총장도 “패자측이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후보 단일화가 무산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많았는데 약속을 준수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이장호씨는 “그동안 정치인들에게 실망이 많았는데 단일화를 보고 다른 생각이 든다”고 동감을 나타냈다.
◈“대선 투표율 제고될 것”〓고려대 서진영 교수(정치외교학)는 “대선이 보혁구도로 재편된 것은 유권자 입장에서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돼 역대대선중 가장 흥미로운 구도가 됐다”고 내다봤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의 하승창 사무처장도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신물이 나 기권하려했던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정치권도 정정당당한 정책대결로 화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무원칙한 결합일 뿐”〓단일화가 양당 전당대회의 후보선출을 무시하고 몇몇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이뤄진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양대 김경민 교수(정치학)는 “대선구도를 단순화해 사표를 줄인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지만, 단일화 방법으로 사용된 여론조사는 전체 민의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김석준 교수(행정학)는 “정책과 이념이 다른 두 후보의 ‘권력 나눠먹기식 결합’으로 볼 수밖에 없다. 두 후보는 이같은 비난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국 변호사도 “대선을 눈앞에 두고 한국적 상황에서 신뢰성이 의심스러운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단일화하면서 한당의 전당대회 후보선출을 백지화한 것은 대의원들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재계·금융권 표정〓정치적 구설수를 의식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재계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있겠느냐.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랄 뿐”이라며 말문을 닫았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기업 등도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함구했다.
오남석·김정인·심은정기자
greentea@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