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제단 앞에 고해 성사하라.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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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69회 작성일 2002-11-01 00:00
국방의 제단 앞에 고해 성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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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인사 올립니다. <계우닷컴>으로 개편된 이후에는 처음 방문하게 되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자세한 인사는 차차 올리기로 하고, 제가 최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글을 함께 나누었으면 해서 소개합니다. = = = = = = = = = = = = = = = = = = = 유학 차 영국에 머무르고 있는 나는 고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캠브리지대학 투어를 다녀왔다. 잘 알려진 대로 캠브리지 대학은 30여 개 칼리지(College)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대학은 트리니티 대학(Trinity College)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그 대학이 전세계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단과 대학임은 물론이고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을, 인문과학에서는 경험주의 철학의 태두인 베이컨을 길러낸 대학으로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내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노벨상을 수상한 동문들도 아니었고 그 유명한 뉴턴과 베이컨의 동상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 대학의 채플 안을 들어선 순간 벽면의 중앙에 깨알같이 새겨진 이름들이었다. 그 이름들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해 전선에서 목숨을 바친 트리니티 대학의 당시 재학생들 명단이라고 한다. 당시 트리니티 대학의 재학생들은 대부분 귀족들의 자제들이었다. 이 대학은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가의 자제들이 다녔던 학교로도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자 귀족들은 앞을 다투어 아들들을 학도병으로 지원하게 했고 그 중에 약 500명의 학생들이 전장에서 조국을 위해 스러져 갔던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트리니티 대학의 전교생이 약 1000여명 정도였다고 하니 전체 학생들 중 절반 가량의 학생들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불살랐던 것이다. 그들은 이미 귀족의 자제로서 사회적인 지위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며 학문적, 경제적으로도 전도 양양한 젊은 엘리트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이들을 전선으로 향하게 하였는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바로 그것이었다. 조국으로부터 신분적 경제적 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은 만큼 조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정신을 일컫는 말이다. 그 정신이야말로 오늘날까지 영국을 지탱하고 있는 사상이며 영국의 밑바탕과 다름 아니다. 즉, 조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질 때마다 귀족계층과 사회적 리더 그룹들이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앞장서야만 민족정기가 바로 서고 진정한 사회통합과 정의가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 벽면의 앞에서 한 동안 모든 생각이 정지되는 것만 같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내 생각은 우리나라로 달려가고 있었다. 요즘 병풍인지 뭔지를 둘러싸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고 들었다. 솔직히 나는 그 사건의 진위여부를 따지고 싶지도 그럴만한 입장에 있지도 않다. 그러나 한 때 젊은 시절의 여러 날을 군대문제로 고뇌해야 했었고, 2년여의 기간을 사병으로 육군에서 만기 복무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징집의 형평성에 관하여는 떳떳이 비판과 이의를 제기 할 수 있다. 그 근거와 증거는 무슨 테이프나 병역기록카드에 있지 않다. 그냥 거리를 지나치는 소시민들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라. 중, 노년의 어머니들이라면 눈물과 한숨으로 쏟아낼 것이고, 보통의 중견 남자들이라면 소주 한잔으로 진실을 밝힐 것이다. 즉, 대부분의 경우 힘있고 빽 있으면 군대 빠지는 것 그거 당연한 거 아니었느냐고, 그걸 뭘 증거를 대야 아느냐고, 지금 무슨 봉창을 그리도 요란하게 두드리고 있느냐고, 지금 기자들이 업종을 언론인에서 개그맨으로 바꿨느냐고, 국회 의원들은 모조리 알츠하이머 중증 내지는 정신착란 상태에 빠져 있느냐고 말이다. 한국의 귀족들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어렵게 지켜오고 있는 이 국방의 제단 앞에 머리 조아려 용서를 구하고 고해성사를 하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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