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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 인촌마을.
‘중앙중고교 개교 100주년’이라는 문구를 가슴에 붙인 중앙교우회 마라토너 150여 명이 인촌 김성수 선생의 생가 앞마당에 들어서자 풍물패의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졌다.
이 마을의 정봉택(66) 이장 등 주민들은 “먼 길을 달리느라 수고가 많았다”면서 마라토너들을 반갑게 맞아 수건으로 땀을 닦아 줬다.
중앙중고교의 동문 재학생 교직원 등 150여 명은 이날 오전 11시 전남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의 경계인 암치고개에서 인촌 생가까지 35km를 7개 구간으로 나눠 10∼50여 명이 이어 달린 끝에 오후 4시경 인촌 생가에 도착했다.
마라톤에 참가한 중앙고 2학년 임현준(18) 군은 “처음엔 날씨가 추워 힘들었지만 선배들의 응원 덕에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며 “인촌 선생 생가에 걸린 ‘대한민국의 중앙에서 세계의 중심으로’라는 중앙중고교 100주년 플래카드를 보고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인촌 선생 생가를 둘러본 이들은 사랑채에서 ‘교육구국(敎育救國)’의 정신으로 중앙중고교와 고려대를 명문 사학으로 키워낸 인촌 선생을 기리는 추모행사를 가졌다.
백순지(64·중앙고 54회 졸업) 중앙교우회장은 추모사를 통해 “중앙중고교는 인촌 선생 등 민족의 선각자들이 뜻을 모아 만든 민립학교”라며 “100년의 전통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나라의 동량이자 버팀목이 될 유능한 인재를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식을 마친 교우들은 생가 앞 주차장에서 큰 통에 8도에서 가져온 막걸리를 담아 주민들과 나눠 마셨다. 이날 행사는 중앙중고교의 번영과 봉암마을의 발전을 기원하는 촛불의식으로 끝이 났다.
중앙중고교 교우들은 내년 6월 1일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3·1운동과 6·10만세운동 등 항일운동을 주도했던 선배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올해 8월 15일 국토 최남단인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국토종단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울의 모교까지 총 525km를 10개 구간으로 나눠 휴일, 공휴일에 이어 달리고 있다.
고창=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