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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다 아닌 조다(助多)를 위하여
허 훈
그대를 대학교 때 처음 알았노라.
물론 그대 이름을 소시(少時)적부터 수 없이 불렀지만
그대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된건
내 나이 삼십에서 둘을 감해야 하노라.
그대 무슨 큰 잘못을 하였기에
제구실 못하는 바보, 쪼다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 5천년 역사에 기록되었는가?
아버지 장수왕보다 일찍 죽어
왕위에 오르지 못한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란 말인가.
고구려의 왕이 되지 못한 것도 억울하거늘
후세 사람들에게 쪼다라는 소리를 듣다니
나는 가슴이 아프노라!
그러나 그대가 어질고, 선량하다는 것을 내가 알거늘
어복리(魚腹裏)에 장(葬)하지 못한 의자왕보다 나으며
자기 숙모를 욕보인 연산군보다 훨씬 훌륭한
대고구려의 왕자이노라!
그대가 제왕이 되었다 한들
죽는 순간 그대의 왕국을 가지고 갈 수 없노라.
그대의 재산과 권세와 지식과 명예도 가지고 갈 수 없노라.
그대가 사랑했던 후궁들도 데려갈 수 없노라.
그러니 억울해 하지 말라.
억울해 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항상 나의 친구
쪼다 아닌 조다(助多)로 기억할테니......
조다(助多)
고구려 20대 왕, 장수왕의 아들이며
고구려 21대 왕, 문자왕의 아버지.
고추대가라는 벼슬을 지내다 요절하여 왕이 되지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