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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친구를 위하여
68회 허 훈
신의 섭리와 종족보존의 본능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자살을
비겁하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터무니 없는 생각.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삶은 지루하고
현실은 가난(家難)과 빈곤외에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어
고통과 불행만을 불러온다면
자신의 의지로 숨을 놓아버리는 것이
오히려 깨끗하지 않을까?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는 힘이
인생의 모든 고통 중에
신이 인간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허름한 공터에서
돌보는 이 없이 쓸쓸히 누운
그리운 친구여!
너의 자살의 가쁜 숨소리 듣지 못한 것 후회하며
네 무덤 찾아와 고개 숙여
가슴의 슬픔 담은 마지막 기도를 드린다.
친구여! 다시는 너와 나 뜨거운 우정의 눈길
나눌 수 없으리라.
다시는 만날 수도 없으리라.
하지만 너의 모습 결코 잊지 않으마.
너의 영혼이 아직 무덤가를 맴돌고 있더라도
새벽 별빛이여!
그의 영혼을 저주하지 말라.
친구여! 잘 가라.
*가난(家難): 가정의 재난
댓글목록
박인환,김수영시인도 서로 생각은 많이 달랐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자살이 생명력을 소홀히 하고,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을 무시함으로써, 인간을 보존하려는 본능의 힘에
무서운 의혹을 던져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자살을 찬미하진 않습니다.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상황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찬성의 한표를 던질 순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살한 친구를 비난하니, 나만이라도 자살한 친구를
변호해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수영은 그를 많이 비판 했지만요)
생선장수가 비린내를 풍기는것은 당연하다는게 김수영의 생각이고,
어려운와중에서도 박인환의 길다란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 럭키스트라잌"이 항상
있었다는것,
두 분 모두 포스트 모더니즘의 선구자라 하더군요.
박인환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는 하지만, 허훈군이 박인환을 닮아 가는건 싫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