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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해외분교 설립 너무 어렵다
내년 3월 미국 뉴욕에 건축대학 분교를 설립하려했던 명지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해외 분교 설립 때도 국내 대학 설립과 같은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
현행 고등교육법상의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르면 해외 분교 설립은 국내 대학 설립 때와 똑같이 높은 기준을 적용받는다.
법 제정 당시만 해도 해외에 분교를 설치하려는 대학이 거의 없어 별도 규정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해외 분교 건물의 최소 면적은 학생 1000명이 공부할 수 있는 2만㎡(공학분야 대학 기준)다.
명지대처럼 소규모 분교를 세우려는 학교도 최소 2만㎡의 건물을 확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명지대는 8일 정원 100명 규모의 뉴욕 분교 설립 대신 미국 내 3~4 개 대학과 '공동교육과정'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밝혔다.
명지대 관계자는 "국내 많은 대학들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해외 분교 설립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해외 분교 설립에 더욱 적극적인 것은 외국대학이 운영의 전권을 쥔 복수ㆍ공동 학위제도와 달리 국내 대학이 학생선발,커리큘럼 선정 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에 앉아서 외국인 학생이 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현지에서 외국인 학생을 직접 모집할 수도 있어 국내 대학의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베이징대 내에 '캠퍼스 내 캠퍼스' 형태의 해외 캠퍼스를 조성한 이화여대도 법 조항에 묶여 분교를 설립하지 못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베이징대에 협조를 요청해 사무실을 빌려 교수가 상주하며 이화여대 출신 교환학생들을 관리만 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분교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관련법 때문에 모호한 형태로 해외에 진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은 해외 분교 설립에 한국처럼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규제 없이 필요에 따라 명지대와 같은 '미니 해외 분교'를 설립한다는 것.예컨대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9개 나라에 분교를 두고 있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운영하는 해외 분교의 경우 학교당 20~50명에 불과하며 교육장의 면적도 넓은 곳이 100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글로벌시대에 맞춰 관련 규정을 하루빨리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내에 분교를 설립하는 것보다 해외에 설립하는 것이 비용도 덜 들고 학생 모집 때 홍보 효과도 크다"며 "앞으로 해외에 '미니 분교'를 설립하려는 대학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에 대비해 분교와 관련된 규정을 현실적으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학들의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외 분교 설립에 관한 법 개정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지만 마음대로 분교를 설립하게 해달라는 대학들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수는 없다"며 "자칫 잘못하다간 국내 대학의 공동화 현상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학을 아무런 제재 없이 해외로 내보낸다는 것도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