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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횟수와 리플에 대한 환상(친구에게 쓴 편지)
68회 허 훈
몇년 전에 우리사회를 떠들석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산부인과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의 '신생아 학대 사건'이었다.
신생아실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들이 자기의 미니홈페이지에 신생아를
희롱하는 사진을 올린 사건이었다.
사건의 내용은 간단하다. 그리고 그들은 구속되었다.
그들도 맨 처음에는 신생아를 희롱하는 장면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미니홈페이지의 사진첩을
채우기 위해 친구를 찍고,애완동물을 찍고,자신이 만든 음식등을 찍었을 것이다.
그러다 조회횟수가 올라가고,조회횟수에 집착하는 순간,더 재미있고
더 자극적인 사진을 올리기 위하여 몰두하다보니,신생아를 희롱하는
사진 까지도 사진첩에 올리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표현의 과잉을 부추기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표현의 과잉은 공백과 침묵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인터넷 미니홈페이지 싸이월드의 성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사진을 찍어서 싸이월드의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은 그것 자체로
즐거움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의 숫자에
집착하는 순간,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행위의 즐거움은 사라지게 된다.
조회횟수와 방문자가 만들어내는 헛된 인기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다.
조회횟수와 리플과 헛된 인기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에 집착하는 순간 조회횟수와 리플에 노예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것의 결과는 뻔하다.
불안하고,초조하고,강박증에 시달리게 된다.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글을 써야만 하고,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불안하고,초조하고,리플에
매달리는 분들은 지금 휴식이 필요하다.
그대의 침묵이 필요하다. 조회횟수와 리플에 대한 환상과 강박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대는 지금 `최근 새로운 게시물이 없습니다.`라는
문장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대는 공백과 침묵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 나는 편협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길을 잃지는 않는다. 그대는 지금 길을 잃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대는 정말 휴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