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상설 선생님 정년기념 사은의 글 ] 전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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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9일 남상설 선생님의 정년기념 사은회를 69회 동기들의 성원으로 의미있게 치루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께 드렸던 '사은의 글' 전문을 게시합니다.
글 작성과 낭독은 인천대학교 법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류인모 박사가 하였습니다.
동기 여러분의 뜻을 모은 내용으로 생각되어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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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은의 글 ]
남상설 선생님!
오늘 우리들은 선생님의 존재만으로 25년만의 반가운 만남의 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모교의 교단에서 평교사로 재직하시고 영예로운 정년을 맞이하시는 선생님을 벅찬 사은의 정으로 모시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몇몇의 우등생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기억에서도 그 존재조차 희미했던 동기들의 안부를 일일히 물으셨고, 그때마다 제자사랑의 특별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 교수법을 연구하신 어느 교육학 교수님이 가장 좋은 Teaching Method는 제자들 하나 하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선생의 역할이 어두운 영혼에 불을 밝혀주는 것이라면 일일이 성냥들고 찾아다니며 불을 붙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불을 항상 활활 타오르도록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사은의 자리는 선생님의 우리 제자들을 향한 꺼지지 않는 열정의 불꽃이 만들어 낸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독일에서 지도교수를 공식적으로 Doktorvater, 즉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아버지가 우리들의 건강신체를 만들어 주셨다면 선생님은 건전한 정신세계를 심어 완전한 인간으로 완성해 주는 분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일 것입니다.
인생을 일련의 만남의 과정이라고 정의 할 때 인생의 3가지 중요한 만남이 있는데, 첫째는 부모의 만남이고, 둘째는 선생의 만남, 그리고 배우자의 만남이 그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들 모두는 적어도 한가지 중요한 만남은 선생님으로 인해 충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Fusion과 Crossover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사회구조는 모든 영역에서 경계짓기의 허물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구별이 필요한 영역에서조차 각자의 다움을 상실하여 남성다움도, 학생다움도, 한국인 다움도 그 경계가 모호해져 마침내 아름다움마져 상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한결같이 선생다움을 간직하신 남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계신 분으로 생각됩니다.
선생님의 정년을 기념하는 자리는 분명 선생님의 업적을 기념하는 기쁜 자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점차 연로해 지시는 선생님의 모습을 확인하는 안타까운 감정이 교차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자연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인해 인간수명이 120세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남선생님의 연세가 60이면 이제 겨우 절반의 인생을 보내신 셈입니다. 모든 일의 끝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듯 이제 한정된 환경에서부터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선생님의 열정과 사랑을 실천하실 수 있는 무대가 새롭게 펼쳐지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월드컵의 열기로 만들어진 온 국민의 더운 가슴이 대한민국의 동질감을 확인시켜 주었듯 세상은 머리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새삼 느끼면서, 평생 가장 중요한 생산품인 사람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시고, 영예로운 정년을 맞이하시는 남상설 선생님의 건강과 행운이 내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작성, 낭독 류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