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회 이원유교우의 2002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가기(6)-완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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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원유교수의 2002 보스톤 마라톤 대회 참가기(6)-완결.[2002-05-23]
35km 지점이다. 2시간43분52초.
온 몸이 아프고 정신이 점점 몽롱해 진다.
‘아이고! 어디 쉴 때가 없나.’
이렇게 사람이 겹으로 늘어서 쉴 수도 없다.
‘가자! 가! 누가 마라톤을 만들어 냈을까?’
예수님도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이렇게 힘드셨을까?
성 프랜시스카는 묵상 중에 오흔 (다섯 가지 상처)을 경험했다는데―.
이것도 고행이라면 고행이 아닌가?
좋다는 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피로가 가시질 않는다.
기계적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음료수로 목을 축이자.
뛰면서 물을 먹으려니 쉽지 않다.
옷에 튀고 얼굴에 튄다.
잘못해서 코로 물이 들어간다.
숨이 캑! 캑!
달릴 때 코로 물이 들어가면 물고문이 된다. 물마실 때는 아주 조심히.
물 마시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달리면서 컵에 든 음료수를 먹을 때 물을 우선 바닥에 많이 버린다. 그리고 바닥에 조금 깔릴 정도로 남긴 다음, 컵을 오그라뜨려서 주전자 주둥이처럼 뽀족하게 만들어 거기에 입을 대고 마시면 코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단다. 마라톤클럽 정 만화 감독님의 말씀이다.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점에 다 온 것 같다.
신체의 각종 계기판은 온통 적신호로 꽉 찼다.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냥 쉬고 싶다.
꼬인 근육은 왜 이리 풀리지 않는지.
더 이상 속도를 낼 수 없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앞서 나간다.
‘매운 고추장이 여기서 처질 수 는 없지!
“힘내라! 무한괘도 전차!’
이제 시내로 접어든다. 응원하는 사람도 점점 많아진다.
갑자기 뒤에서 함성이 들려온다. 뒤돌아보니 떡 벌어진 근육질의 다른 ‘고추장 한국분’이다. 연도의 사람들에게 두 손으로 환호를 유도하면서 달려오고 있다. 굉장한 분이다. 이내 쏜 살 같이 앞으로 나간다. 함성도 그 분을 뒤따라 간다.
인기가 짱.
시커멓고 굵은 다리에 알통이 울퉁불퉁 배겨 있는 걸 보니~ 확실한 고수시다. 부럽다.
‘무한괘도 전차, 앞만 보고 돌진 중’
빨리 가기 위해 팔을 좌우로 세게 저어보나 다리가 따르지 않는다.
이때 ‘기합계의 거두님!’과 두 번째 만남.
비몽사몽 달리는 무한괘도.
갑자기 귓가를 때리는 고함. “힘!”
기합계의 거두님이 다시 나타나신 것이다.
아! 그 여유 있는 웃음. 하나도 지치지도 않으셨다.
기합계의 거두님!
절묘한 내공의 힘으로 비실비실 가고 있는 무한괘도를 무참히 꺾어(?) 놓으신다.
그로기 직전 선수인 나의 턱을
미사일 어퍼 커트로 정통으로 맞혔다.
‘퍽!’
온 몸에 번개가 번쩍!
가슴이 벌렁벌렁,
다리가 후둘후들,
정신은 혼미~.
신체 구석구석에서
아드레날린이 급속히 분비되고 있다.
‘여기는 무한괘도! 미사일 한방 먹었슴. 잘 갈 지 안 갈지 모름, 오버.’
‘아! 한번이면 족하지 두 번씩이나~’ ‘아!’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멀어지는 기합계의 거두님.
어찌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주여 저희를 용서하소서.’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쓰다듬는다.
‘아! 한번 분비된 아드레날린! 되게 오래가네!’
좀처럼 떨린 가슴, 진정되기 어렵다.
힘없는 다리에 떨리는 가슴까지.
으! 죽인다.
앞으로 마라톤 주행 중에는 반드시 격려의 외침과 놀래킴은 구별되어야 할 듯.
응원하시는 분들의 주의사항임.
40km를 다가가는 것 같다.
날씨는 활짝 개이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땀도 이젠 말라서 안 나오는 것 같다. 얼굴을 쓱 문지르니 소금껍데기가 밀려난다. 멀고 먼 40km이다. 모두들 힘을 내서 뛰기 시작한다.
40km 3시간 10분 23초.
이제 2.195km가 남았다. 시계를 보니 기록경신이 가능하다.
힘을 내자. 북소리, 함성소리 난리다.
있는 힘을 다해 내딛는다. 근육이 조금씩 풀린다.
이젠 됬다. 종종걸음. 피치는 짧게. 팔은 앞뒤로 세게.
앞서 가던 ‘검은 타이츠의 금발의 제니’가 걷고 있다.
주먹으로 허벅지를 치며. 안타깝다.
지금 걸으면 안 되는데 금발의 제니님 힘내요!
아쉬움을 남기면서 스쳐 지났다.
오로지 목표는 골인 점.
‘골인 점아, 나타나라!’
박수 소리도 이제 귀찮다.
오로지
‘골인점아 나타나라!’
1 mile 남았다는 사인 판이다.
주위 관중들이 “일 마일 더 ” 외친다.
북을 치며, 소리를 외치고 있다.
너무나 열심히 응원해 누가 선수인지 관중인지 잘 모르겠다.
가슴이 저려 온다.
소리 지르며 북 치는 비장한 얼굴의 소년을 지나친다.
오! 전쟁에 나온 병사의 거룩함!, 비장함이여!
소년은 자기가 뛰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피곤이 엄습한다.
응원소리도 소음으로 들린다.
응원군중은 점점 늘어나 겹겹으로 둘러싸고
주위 관중들!
다 왔다고 성화다.
갑자기 길이 좁아진다.
좌우 늘어선 관중들을 아주 가깝게 다가온다.
“원 모어 마일!”“원 모어 마일!”
장단 맞춰 부른다.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처럼!
핏줄선 얼굴들!
‘원 모어 마일!’ ‘원 모어 마일!’
응원을 하는지 (?)을 쓰는 것인지.
모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땀에 젖은 얼굴들.
충혈된 눈 빛!
만약 여기서 걷는 사람이 있으면 두들겨 맞을 것 같다.
“꾸물거리다간 두들겨 맞겠다. 맞기 전에 뛰자!’
주의사항!
지친 사람에게 힘내라고 하거나, 걷는 사람에게 더 뛰라고 하면 선수에게 실례가 될 수 있슴. 격려도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
더 뛰라고 하면 그 선수에게는 모욕(?)이 될 수도 있슴.
이것은 뛰어본 자만이 아는 사실. ‘누가 뛰고 싶지 않아서 뛰지 않습니까?’
아 저기가 끝인가 ? 선수행렬이 끝나는 곳이 멀리 보인다.
드디어 다 왔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