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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다, 낙엽
68회 허 훈
하늘 푸르고 서늘한 바람의 숨결이 코 끝을 가볍게 두드리니 가슴
속으로 가을이 뚜벅 뚜벅 걸어들어오고 있다. 모든 것이 끝나가고 있
다는 초록의 비명. 정말 눈이 부시도록 울긋불긋한 단풍이다. 만산홍
엽(滿山紅葉)! 산이 불타고 있다는 말은 가식이 아니다. 가을 산에서
음악소리가 나오고 소리에서 색채가 빛나며 그 색채에서 다시 향기가
퍼진다.
보라!
가을의 살 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물론 그녀의 살 냄새가 더 향기롭겠지만
가을의 살 냄새도 사람을 미치게 한다.
단풍의 아름다움이 지나쳐
아니 그 아름다움에 기가 질려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추억이
그대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가을의 풍경을 즐기라고.....
겨울의 찬바람이 몸에 스미기 전에,
초라해진 나를 발견하기 전에
가을의 풍경을 즐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