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하러온고아들문전박대한NO통과 누가이기나 전쟁선포한 중앙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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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대통령과 활빈단이 '세배전쟁'에 돌입했다.
시민단체인 활빈단(단장 홍정식)은 설날인 2월12일 노숙자들과 함께 서울 연희동 노태우 전대통령 자택에 세배하러 갈 것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홍단장은 "반드시 노전대통령의 집 문을 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활빈단이 이같이 '칼'을 가는 이유는 지난 1일 고아원생들을 데리고 노전대통령에게 세배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했기 때문이다.
활빈단은 1999년부터 새해 1월1일 서울 소재 고아원생들을 앞세우고 전직 대통령들의 자택을 돌면서 세배를 했다.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을 불어넣어주기 위함이다. 노전대통령은 1999년에는 이들의 새배를 받아들였다. 활빈단에 따르면 노전대통령은 1999년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고아원 원생들이 새배하러 갔을 때는 100만원을 세뱃돈으로 내주며 "착하고 바르게 자라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이후 2000년, 2001년, 그리고 올해까지 3차례 연거푸 세배를 받지 않았다. 활빈단은 올해 노전대통령측이 또 방문을 거절할 것 같아 사전에 연락을 취해 양해까지 구했지만 한 비서관이 "그냥 돌아가라"는 말만 전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원생들은 고사리 손으로 직접 만든 복조리와 양초를 노전대통령에게 줄 선물로 준비했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원생들이 집 밖에서 추위에 떨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물로 보이는 흰 상자를 들고 온 사람만 들여보내줬다. 이를 본 원생들이 '저 아저씨는 들여보내 주면서 우리는 왜 서 있게 하나요'라고 묻는 바람에 난처했다"고 말했다.
활빈단은 노전대통령이 세배를 받아줄 때까지 계속 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돌아오는 설 때는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 중 노씨 성을 가진 사람들을 뽑아 노전대통령 집을 방문하겠다 말했다. 또 노전대통령의 생일에는 노숙자들과 함께 집앞에서 풍물잔치를 벌이겠다고 말해 노전대통령측의 대응 여부가 주목된다.
정병철 기자 jbc@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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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배
김영삼, 전두환 전대통령도 새해 1월1일 활빈단과 고아원생들의 세배 방문을 받았다. 그러나 노태우 전대통령과는 '영접' 태도가 사뭇 달랐다.
▲전두환 전대통령〓방문 고아원생들을 가장 따뜻하게 맞이하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구로구 오류2동 오류애육원(원장 정재옥) 원생 15명이 색동저고리 차림으로 방문, 직접 만든 복조리와 양초를 증정하고 합창을 들려주자 상당히 흐뭇해했다. 이어 전전대통령은 원생들의 머리를 일일이 쓰다듬어주면서 "빌 게이츠 같은 기술자가 돼라. 사람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검사 하는 것이 마치 출세의 지름길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 된 것"이라며 "열심히 기술을 익혀 기술자가 되면 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
전전대통령은 세뱃돈으로 50만원을 줬다. 원생들을 인솔한 활빈단 관계자는 "전전대통령은 매년 50만원을 주는데 그 이유는 5공 때 대통령을 했기 때문에 50만원을 주는 것 같다"고 해석.
▲김영삼 전대통령〓항상 원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김전대통령은 아이들의 뺨에 입을 맞춰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훌륭히 커야 한다"는 격려의 말을 잊지 않았다. 활빈단 관계자는 "김전대통령은 이름이 아라비아숫자로 표기하면'03'이라 그런지 이제까지 30만원씩을 내줬다"고 귀띔했다.
정병철 기자 (경향신문사 발행 굳데이 30면 2002/1/5)굿데이 기사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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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씨 100만원 '최고액' 한광옥씨 원생에 1000원씩
[사회] 2002년 01월 04일 (금) 13:50
활빈단에 따르면 지난 1일 세배하러 갔을 때 가장 많은 세뱃돈을 준 사람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였다.
이총재는 100만원을 내줬다. 또 민주당 한광옥 대표는 빳빳한 1,000원짜리를 원생들에게 나눠줬다. 이한동 총리의 경우 매년 새배하러 가면 50만원을 준다. 이총리는 당일 부재 중이었는데도 비서를 시켜 원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새뱃돈을 줬다. 원생들은 이날 청와대에도 세배하러 갔지만 들어가지는 못했다. 이들은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복조리를 건넨 뒤 복을 듬뚝 받기를 기원했다. 한편 원생들은 전직 대통령과 각당 대표로부터 받은 세뱃돈 중 50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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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성시(門前成市)
권문(權門)이란 마치 저잣거리와 같아서 흥하면 온갖 잡동사니들이 모여들고 쇠하면 똥개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새해 아침,내로라하는 거물 정치인들의 자택에는 눈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들로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뤘다고 한다.이들의 자택 앞길은 차량들이 이중 주차를 해도 모자랄정도로 북적댔고 집안은 앉을 자리가 없었다고 한다.한 대권지망 정치인은 재빠르게 전직 대통령을 모두 찾아 새해인사를 드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새해 아침에 당사에서 단배식을 갖는다.단체로 새해인사를 나누는 행사다.이 자리가 끝나면 여기에 참석하지 못한 원로 정치인이나 대선배를 찾아 새해 인사를 드리고 조언도 듣고 덕담도 나누는 게 관례였다.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런 새해인사가 눈도장을 찍고 권력을 좇는 해바라기 정치인들의 행사로 변질돼 버렸다.또 계파 보스로 자처하는 지도자들은 은근히 다른 정치인의 집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와 자기 집을 방문하는 숫자를 비교하며 세를 과시하기도 한다.
이런 정치권의 새해 풍경은 선거가 있는 해에는 더 극성을 부린다.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는 후보들에게 잘 보이기위해,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공천을 따내기 위해 줄을 선다.지켜보는 사람들은 눈꼴사납지만 당사자들은 아랑곳없다.권력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마다 않는 판에 눈도장 찍는 것쯤이야 기회가 없어서 못할 지경인데 뭐 대수인가.하향식 공천,보스정치가 엄연히 살아 있는 마당에 이런행태들만 나무라기도 쉽지는 않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행사에 어린이들이 등장했다.서울의 한 고아원생들이 색동옷을 입고 전직 대통령과 여야 총재,정치원로들의 집을 돌며 복조리와 양초를 선물하고 합창을 들려주는 행사를 벌였다고 한다.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어린이들을 맞아 다과를 대접하고 세뱃돈도 주면서 격려했다고 한다.그러나 한 전직 대통령은 이들을 집안에 들이지 않고 돌려보냈다고 한다.기왕에 온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지못한 그 전직 대통령측의 마음씀씀이가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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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2.1.4 정치면 [만물상] 전직 대통령
정월 대보름이 다가오면 이른 새벽 조리 장수들이『복조리 사려!』라고 외치며 동네를 돌던 시절이 기억난다. 이를 수록 복이 더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어머니들은 새벽잠을 설친다. 집 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조리를 대문 안에 던져놓고는 다음날 돈받으러 오는 일도 흔했다. 「값」은 후하게 쳐줬다.
설날이나 추석같은 명절날 이웃과 음식을 나누고,『세뱃돈 예 있다』하던 우리의 세시풍속은 바쁘고 각박한 산업사회로의 변전 탓인지 이제 많이 퇴색하기는 했다. 그러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네 심성과 미덕은 쉽사리 변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난 탓에 고아원 양로원으로 가는 성금액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구세군 모금함에 성금을 넣는 고사리 손들의 모습은 모두를 훈훈하게 한다.
엊그제 새해를 맞아 전직 대통령과 여·야당 총재, 3부 요인들의 집을 돌며 새해 인사를 하던 고아원 어린이들이 그중 한 집에서「축객」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보도다.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복조리와 양초를 돌리며 합창을 하는 행사를 벌였다 한다. 그런데 한 전직 대통령 집에서는 경비경찰이 이들을 문 앞에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아직 분명치 않지만「사전 약속이 돼 있지 않아」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경비경찰과 살림집간의 안팎간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된데서 빚어진 일일 수도 있겠지만 새해들어 첫번째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것도 하필 전직 대통령 집에서…. 문제는 이들 어린이들이 다른 전직 대통령과 요인들 집에서는 아무런 문제없이 세배를 하고 떡국까지 대접 받았다는데 있다.
역대 대통령들은 거개가 퇴임을 앞두고는『이제부터 시민속에 섞여 길을 걷고 담소하는 전직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해 왔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은 그런 소망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준다. 「국민 평균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전직 대통령 상의 부재와 함께, 퇴임만 앞두면 전에 살던 사저를 대대적으로 증·개축하여 스스로를 격리하려는 듯한 풍조와도 무관치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