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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부거미의 교미: 에로스는 나에게 곧 죽음이다
68회 허 훈
소낙비 머금은 자작나무 숲 속에서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를
올바르게 인식하라
에로스는 나에게 곧 죽음이나 그녀의 황홀한 유혹 앞에
밤이 찾아와도 어둠은 없다
나는 일생 동안 오로지 한 번 교미를 하노라
두 번째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으니
그녀의 은밀한 사랑의 몸짓 내 어찌 잊을까
나의 여덟개의 길고 가느다란 다리를
심술궂은 눈빛의 그녀는 개걸스레 먹고
에로스 절정의 순간 불타는 독액에 마취되어
꺾인 다리 절단되고 분쇄되어도 고통을 몰라
심장 고동이 숲 속에서 멎을 때까지
운명의 신이 허락한 짧은 시간 동안
한 모금 남은 쾌락의 잔을 천천히, 천천히 맛본다
에로스 끝나는 순간, 나의 목숨도 저 편 하늘로 날아가
다시는 그녀와 아름다운 눈길 나눌 수 없으리라
하지만 날 잡아 먹으려는 그 계획 결코 멈추지 마라
내 입술에서 단 한 마디 말 나오지 않으나
나의 눈동자는 더 기막힌 대화를 나누고
너의 모습 잊지 않기 위해
내 가슴의 슬픔을 받쳐
마지막 죽음의 기도를 하게 해다오
헛된 사랑의 미련 끝나
끊어지려는 목숨 응시하며
어쩔 수 없이 나는 삶의 끝이 다가옴을
순간 맛보고 있다
댓글목록
그 숫놈 거미는 평생 동안 딱 한번 교미를 합니다.
두 번째 기회는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절정의 황홀감이 끝나는 순간~숫놈의 목숨도 끝이 납니다.
왜냐구요? 암놈에게 잡혀 먹히니까요. 그 거미의 種에서는 sex가 곧 죽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