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의 시 <노숙>
본문
노숙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 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은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는 날도 있는데(살다가 혹간 혹은 인생이 꼬여서 더 자주. 그러니 자살하는 사람들도 생기겠지요.) (돈이 꼬여서 도산한다든가 생업을 완전히 잃든가) 바라보이는 것은 그저 진땀과 악몽의 날일 때 이 시를 읽으면 위안이 될 듯 싶어 올립니다. 동병상련은 진한 거거든요.
김사인: 55년생. 신동엽 창작기금과 현대문학상을 수상. 동덕여대 문창과 교수.
댓글목록
우리 중앙엔 힘든 사람 없나? 왜 댓글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