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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화시중의 미소
68회 허 훈
우리는 다음의 이야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보리 달마는 원래 禪(zen)의 창시자가 아니다.
禪의 창시자는 석가모니의 제자인 마하가섭이다.
그러나 마하가섭은 깨달음을 얻은 후 침묵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새 그를 잊어버렸다. 그는 그늘 속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그는 더없이 아름답고,우아한 사람이다.
그가 어떻게 해서 선의 창시자가 되었는가를 이야기해 보겠다.
아주 오래전 어느날 석가모니께서는 가난한 구두장이 수다스가 받친 연꽃을
손에 들고 계셨다. 그때는 석가모니께서 아침 설법을 막 시작할 무렵이었다.
모든 제자들은 부처님께서 설법을 시작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아침 설법을 시작하시는 대신에
그 연꽃만 쳐다보고 계셨다.
시간은 흘러서 한시간이나 지났다.
제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생각했다.
'무슨일일까? 저 연꽃은 신통력이 있는 꽃인가 보다.
부처님께서 연꽃만 보시고 계시지 않는가?'
그 순간 많은 제자들 중에서 마하가섭 한사람만이 문득 미소를 지었다.
마하가섭은 그 순간 결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짓자, 석가모니께서는 그를 불러 그에게 연꽃을 건네 주었다.
이것이 `염화시중의 미소`에 대한 고사이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워서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 난 이 고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고사를 완전히 이해한다.
이야기를 더 진행시켜보면 내용은 이렇다.
사람들은 마하가섭에게 물었을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거기에 있었고,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연꽃이 당신에게 전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연꽃을 받은 뒤에 석가모니에게 절을 하고 나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고 앉았습니다.
도대체 무슨일이 오간겁니까?'
그러나 마하가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깨달은 부처는 아무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석가모니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은 아무런 말씀도 안하셨을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이다.
내모든 체험을 문자없이 전달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을 전해 받는 사람은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마하가섭은 미소를 통해 자신의 받아들이는 자세를 나타내 보였다.
그대들은 그가 왜 웃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그 순간에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고,
사념을 버리기 시작하여, 마음을 초월하여,
생각의 흐름을 초월하여, 자신역시 부처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웃은것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연꽃을 마하가섭에게 주었다.
'나는 이 연꽃을 그대에게 주지만, 단순히 연꽃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향기와 빛을, 나의 모든 깨달음을 그대에게 전하노라.
이것은 침묵속의 전달이다. 이 연꽃은 하나의 상징이다.'
이것이 선의 시작이다.
이것이 마하가섭이 선의 창시자가 된 진짜 이유이다.
댓글목록
심심상인 등이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