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 한강 둔치는 여느 유명 피서지 못지않게 사람들로 붐빈다. 열대야에 지치고 에어컨 바람에 머리 아픈 이들이 몰려든다. 현재 한강변에는 광나루·잠실·여의도지구 등 총 12군데 시민공원이 있다. 여유 있는 금요일 밤, 한강변에 나가보자. 생각 이상으로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한강 둔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모았다.
#다리 밑이 도심보다 7∼8도 낮아 명당
한강변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바로 다리 밑이다. 주변보다 온도가 2∼3도가량 낮다. 주택가나 도심과는 무려 7∼8도 차이가 난다. 다리 밑에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 있으면 잠이 ‘솔솔’ 쏟아진다. 웬만한 열대야도 맥을 못 춘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총 25개 교각(철교 포함) 중 명당 피서지 12곳을 추천했다.
잠실대교 남단은 인근 잠실 수중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곳이다. 운이 좋으면 잉어나 누치떼가 어도를 따라 올라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양화지구와 연결된 양화대교 남단에서는 코스모스도 즐길 수 있다.
광진교·천호대교 남단 주변에선 갈대밭 사이로 달빛이 흔들린다. 이 밖에도 청담대교 북단·동호대교 남단·동작대교 남단·?廢에???諭?남단·양화대교 남북단·방화대교 남단·가양대교 북단·동작대교 북단 등이 가볼 만한 피서지다.
12곳 대부분이 인근에 주차장이 없고 지하철도 다니지 않아 조용한 편이다. 특히 사업본부는 지난 해부터 비둘기의 배설물이 시민들을 괴롭히지 않도록 일부 교각 하부에 그물망을 설치했다.
#가족·친구들과 바비큐 즐기는 난지 캠핑장
난지 캠핑장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한강변에서 숙영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심 속에서 야영하는 맛에 가족은 물론 각종 동호회가 즐겨 찾는다. 한꺼번에 680명을 수용할 만큼 부지가 넓다. 텐트 설치 공간도 널찍해 옆 텐트 사람들과 얼굴 붉힐 일도 없다. 무엇보다 각 동마다 취사장과 야외 탁자·그릴을 갖춰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게 장점. 밤이 되면 여기저기서 바비큐 익는 냄새가 뒤섞인다. 공원 내에는 배구장·배드민턴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성수기인 요즘 사전예약은 필수. 이미 이달 금·토요일은 자리가 없고 주중도 90% 이상 찼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3750원이며, 텐트와 비품 대여료는 별도다. 대여 텐트는 4·6인용 가족 텐트와 10인 이상 몽골 텐트·그늘막 텐트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개인 텐트를 가져와도 된다. 모포·매트·버너 등도 빌릴 수 있다. 당일 오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1번 출구로 나와 한강공원 방향 15분 거리에 있다. 입장료만 내면, 캠핑 이외의 다른 용도로도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다. (02)304-0233, www.nanjicamping.or.kr.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전망 좋은 곳들
몇 해 전부터 한강의 야경은 세계 어느 도시에 견줘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다워졌다. 교각의 화려한 불빛과 잔잔한 강물이 황홀한 야경을 빚어낸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잊게 한다.
물줄기를 따라 곳곳에 야경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접근성을 고려한다면 반포지구 인공섬 서래섬이 제격이다. 4호선 동작역 2번 출구와 연결돼 있다. 작고 아담해 마치 외딴섬에 온 듯 호젓하다. 호안을 따라 조성된 길을 걸으면 남산타워나 동작·반포대교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선유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 강북 쪽에 위치한 정자 선유정에 앉으면,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한강과 도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강바람이 워낙 시원해 한여름이라도 밤에는 얇은 긴팔 옷을 하나 더 챙겨야 한다. 밤 12시까지 개방된다.
한강대교가 지나는 노들섬도 여의도 63빌딩이나 강남 쪽 야경 감상에 좋은 곳이다. 망원지구와 연결된 월드컵 공원이나 여의도 시민공원 일대, 송파구 성내천 등지도 야경이 뛰어나다. 이들은 모두 서울시가 올해 선정한 우수 조망 명소 50곳에 뽑힌 곳이다. 교각 중에는 청담대교·성산대교 야경이 훌륭하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카페도 많다. 서강대교 북단 강변카페 거리나 광장동 일대에 전망 좋은 곳이 몰려 있다. 이 중 광장동 워커힐 호텔이나 광진교 남단 ‘블랑’, 서강대교 북단 ‘괴르츠’, 마포대교 북단 ‘I.O.U’ 등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명소다. 서강대교 북단 ‘노말’ ‘서강 8경’ ‘바그다드’, 광진교 북단 한강호텔 옆 ‘플로렌스’, 마포대교 북단 ‘옵빠야 눈아야 강변살자’, 선유도공원 내 카페 ‘나루’와 각 유람선 선착장에 있는 선상 카페들도 야경이 멋있다.
#영화도 보고 축제도 즐기고
강변에 그냥 앉아 있기만 한다면 어딘가 허전할 터. 따라서 한여름 밤 한강을 달구는 축제들이 많다. 한강사업본부 주최 칠월칠석 축제가 18∼19일 양화지구와 선유도 공원에서 열린다. 밤에는 양화지구 특설무대에서 뮤지컬·퓨전국악 콘서트가 열리고 연인들의 신청을 받아 공개 프러포즈 행사도 진행한다. 이 기간 선유도 공원에서는 형형색색의 양초 전시회도 열린다. 운영사무국 (02)3442-1488.
영화 상영회도 단골 행사다. 제12회 서울시 좋은 영화 감상회가 8월 말까지 망원지구와 성내천 등지에서 열린다. 밤 8시부터 ‘에반 올마이티’ 등 최신작부터 한강 영화제 단골인 ‘괴물’ 등 다양한 작품이 상영된다. 서울영상위원회 (02)777-7092.
이달 말에는 뚝섬지구에서 강변카페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온·오프를 망라한 각 분야 동호회원들이 준비한 공연과 전시, 퍼포먼스 등이 여름밤 한강을 찾은 시민들을 맞이한다.
#유람선 타볼까 자전거 타볼까
수상스키·보트 등 대부분의 수상 레저스포츠는 일몰 이후엔 운영되지 않는다. 그래서 야간에 강 위에 떠 있는 건 유람선이 유일하다. 여의도·잠실 등 7개 선착장이 있으며 왕복·편도 등 다양한 코스가 있고, ‘주몽선’ ‘해적선’ 등 테마 유람선도 운영한다. 운항 시간표는 하루 전에 홈페이지에 공지된다. 40∼60분 소요에 요금은 6600∼9900원 선.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뷔페 유람선도 있다. (02)3271-6900, www.cn-hangangland.co.kr.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고 유람선을 따라잡는 법도 있다. 자전거 도로는 강남·북으로 나뉜다. 강남지역 도로는 강동구 암사동 광나루지구에서 강서구 개화동 강서지구까지 41.4㎞이며, 강북지역 도로는 광진교 북단에서 망원동 난지지구까지 39.3㎞에 걸쳐 있다. 교통사고 걱정 없이 시원하게 페달을 밟을 수 있다. 전 구간 조명 시설이 설치돼 있어 어둡지도 않다. 대부분의 시민공원에 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돼 있다. 시간당 3000원. 각 지구 대여점은 한강사업본부 홈페이지(hangang.seoul.go.kr)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