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CEO] 롯데 이철우 사장 현장경영 눈길 | |
식품 직매입 체제 바이어 의식 혁신 롯데百 변화 바람
얼마 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11층에선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바이어 프레젠테이션을 겸한 마라톤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이 주관했고, 신격호 회장의 딸인 신영자 부사장을 비롯해 관련 중역 모두가 참석했다.
특히 이날 프레젠테이션에선 진행을 맡은 베테랑 바이어들도 이 사장의 송곳 같은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롯데백화점은 매달 이 같은 회의를 실시한다. 유통 공룡의 사령탑을 맡은 이 사장은 요즘 2개의 칼을 갖고 있다고 한다.
칼 하나는 끝이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바이어를 정조준했고, 다른 하나는 식품매장을 겨누고 있단다. 롯데백화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바이어와 식품매장을 180도 확 바꾸겠다는 의지에서다.
이 사장은 요즘 “바이어가 변해야 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사장이 ‘MD 상품발표회’라는 월례모임을 출범시킨 것도 바이어의 의식을 재무장하기 위해서다. 물론 여기엔 바이어들에게 ‘공부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주문도 담겨져 있다.
이뿐 아니다. 이 사장은 얼마 전 “업체 직원들과 소주를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바이어들의 활동비를 3~4배나 전격 증액했다. 바이어가 움직여야 롯데백화점이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이 사장이 모든 바이어에게 최첨단 노트북과 PDA를 지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사장은 요즘 식품매장에도 잔뜩 공을 들이고 있다. 식품매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했다. 아울러 식품 부문을 직매입 체제로 전환하라는 특별 지시도 내린 상태다. 이 같은 조치는 유통기한이나 반품이 많은 식품매장의 특성상 커다란 모험인 셈이다.
식품매장에 대한 변화의 출발점은 이 사장이 지난달 일본 출장을 다녀온 뒤부터다. 일본 백화점에 비해 식품매장의 효율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얼마 전 식품매장은 분수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롯데는 그렇지 못하다”며 식품매장 임직원을 크게 질책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바이어와 식품매장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이 사장의 현장경영 행보가 롯데백화점을 초강력 유통 공룡으로 탈바꿈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할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석희 기자(hanimomo@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