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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은 年中 가장 무더운 7월하순의 산행이다. 더위를 피해 야간산행을 좀더 하려고 출발을 한시간 앞당겼다. 산행멤버인 윤규, 강, 희철 등이 빠지고 교우회 부회장인 형석이가 오랜만에 합류하였다. 단양IC를 빠져나와 산행 들머리인 저수재(예천)에 도착하니 안개가 가득 차있어 습도가 높아보였고 바람이 많이 분다. 새벽공기를 한껏 들이키니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상쾌하다. 칠흑 같은 어두움속 이지만 야간산행에 익숙해서들 인지 헤드랜턴을 착용하자 마자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옷을 갈아 입는다. 스트래칭으로 몸을 풀고, 28일 01:20분에 첫번째 봉우리인 촉대봉(1,081m)을 향해 오르기 시작하였다.
저수령-도솔봉: 짙은 안개, 평탄한 능선길
저수재(830m)의 고도가 높아 촉대봉을 30여분 만에 올랐다. 그러나 된비알길이라 땀이 나고 숨이 가빠온다. 대개의 경우 大幹山行은 초반이 힘들다.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가파른 능선을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투구봉과 시루봉을 지나는 길은 평탄하여 걷기가 수월한 편이지만, 웃자란 억세풀과 싸리나무 등 물기를 머금은 풀섭과 잡목을 헤쳐나가다 보니 몸이 다젖는다. 능선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며 양쪽 斜面은 랜턴으로 비추어도 끝이 안보일 정도로 가파르다. 게다가 물기를 먹은 바닥길이 미끄러워 내리막길에서는 특히 조심스럽다. 천중이가 발을 접질러 뒤에 쳐져있어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스프레이를 몇번 뿌리고 나선 다행히도 계속 걸을수 있을 것 같다 한다.
배재, 싸리재를 지나며 길은 비교적 순탄하고 잣나무와 굴참나무, 산죽 등이 우거진 숲길로 이어진다. 흑목정상(1,033m)을 지나 거대한 송전탑을 지나는데 바람소리에 전선줄이 흔들리며 내는 쇳소리가 귀에 거슬려 좀 쉬자는 말을 무시하고 지나쳤다. 어느덧 먼동이 트여오며 날이 밝아오지만 안개구름이 걷히질 않아 日出을 기대할수 없고, 고도 1,000미터의 능선길을 걷고 있지만 주변의 수려한 景觀을 볼수 없음이 아쉽다. 그런 가운데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안개를 가르며 대간길 깊은 산속의 속살을 내보인다. 그 사이로 지나야 할 묘적봉, 도솔봉 삼형제봉이 다가온다. 오전 7시20분경 모시골 삼거리에서 아침을 들었다. 바닥이 젖어있어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인지 약간씩 떨어져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불어대니 젖은 몸이 식어가며 추워온다. 벌써 6시간여를 걷고 있어 배도 고프고 긴 휴식도 필요하지만 느긋하게 쉬며 오손도손 식사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대충 때우고 다시 걷는다. 솔봉을 거쳐 한시간여 만에 오른 묘적봉 (1,148m) 정상부근엔 ‘出入禁止’ 현수막이 걸려있어 잠시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든다. 백두대간 길목의 도처에 이런 경고판이 걸려있다. ‘산을 보호한다’는 명분下에 여기저기 막아놓으면 대간산행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대책없이 길을 막아논 당국의 행정이 답답하고 이를 무시하고 지나야 하는 대간꾼들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오전 8시30분경 묘적봉엘 오른다. 정상은 雲霧로 덮혀있고 나무에 가려있어 좁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이곳서부터 소백산 국립공원지역이다.
두솔봉-죽령 : 최악의 알바
도솔봉을 오르는 길은 유일한 암릉구간으로 정상부근엔 상당히 가파른 계단이 길게 설치되어있다. 힘겹게 오른 도솔봉 (1,314m) 정상은 탁트인
도솔봉 까지 1.6km길을 되올라가는 것은 死鬪나 다름없다. 오르막길이 무척이나 가파르고 길기 때문이다. 서너번을 쉬어가며 안간힘을 쓰며 오르니 정상엔 또 다른 정상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도솔봉은 정상이 두곳이다. 단양군청이 세운 도솔봉 정상석은 까맣고 왼쪽 거치른 암릉에는 두솔봉(兜率峰) 백두대간이란 하얀색의 표지석과 돌탑이 있다. 우리는 첫번째 표시석과 하산길 리본만 보고 하얀 정상석을 지나친것이다. 그 동안 여러 번 *알바 를 해봤지만 2시간35분에 걸쳐 왕복 3.2km의 가장 힘들고 가장 긴 알바를 한 셈이다. *길을 잃고 헤멤
가파른 경사길의 삼형제봉(1,261m)을 지나 1,280m 봉까지 2시간여 동안의 하산길도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며, 죽령까지 한시간 삼십분여 소요되는 하산길은 지쳐들 있는 상태에서 만만치가 않았다. 하산길 양갈래 갈림길에서 또 한차례 알바 위기를 맞았지만 진석이의 지도와 나침반에 근거한 예리한(?) 판단으로 더 이상의 알바는 없었다. 이어진 길은 순탄한 흙길로 죽죽뻗은 전나무 숲이 울창하다. 부근에 산죽 군락지도 많은 것이 ‘竹嶺’ 이란 이름이 붙여진 연유가 아닐듯 싶다. 죽령 1.3km를 앞두고 샘이 있다. 커다란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石間水인데 한모금 들이키니 그 시원함이 폐부까지 전달된다. 수량이 많아 얼굴도 씻고 머리에도 퍼부어 식히니 산행의 피로가 가시는듯 하다. 잘다듬어진 길을 밟으며 이번 산행의 날머리인 죽령에 도착하니 오후 4시다.
새벽 1시에 올랐으니 시간상으로 약 15시간 이고, 3.2km의 알바를 했으니 거리상으론 23.8km (20.6km + 3.2 km) 이다. 전체적으로 산행코스는 무난하였지만 두시간여의 알바를 포함한 장거리 산행에다 濕한 날씨로 힘든산행 이었다 본다. 산행을 마친後 단양시내에서 목욕을 하고 두부음식으로 점심겸 저녁을 들었다. 歸京길 차에 올라 눈을 붙이고 한차례 휴계소를 거쳤지만 잠에 골아떨어져서 인지 눈을 뜨니 어느새 서울이다.
백두대간 2/3의 길목에서…
‘해낼수 있을까’ 라는우려속에 ‘한번 해보자’ 하는 도전정신으로 2년전인 2005년 10월말 지리산의 천왕봉을 기점으로 백두대간 산행을 해온 ‘58중앙 백두클럽’ 은 이번 23차의 산행으로 전체 35구간의 2/3을 산행한 셈이다. 그동안 백두대간의 마루금을 밟아온 거리만 420 km에 달하고 한번이라도 대간산행에 참여한 동기생도 25명이나 된다. 어느구간 하나 쉬웠던 적이 없고 어느구간 하나 秀麗하지 않은곳이 없다. 눈을 감으니, 그 동안 걸어온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의 연봉들을 잇는 悠長한 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갈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의 壯快한 능선을 미리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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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다하는 대간산행이 뭐 그리 대단할까마는 환갑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 체력이 뒤받침이 되면서 인내력과 협동심, 그리고 남다른 투혼이 요구되는 것이 대간산행이다. 우리가 태어나 자라고 묻힐 이 땅에 그 등줄기를 밟는다는 것은 이제까지 앞만 보고 살아온 우리들에게 새로운 경험이며, 감회를 불러일으키고 교훈을 준다. 백두대간의 四季를 거치며 굽이쳐 솟아있는 장엄한 능선의 담대함과 넉넉함을 배우고, 생명이 움트는 초록의 경의로움과 형형색색의 야생화와 순백의 눈부신 풍광을 보며, 새삼스럽게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연에 대한 畏敬心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땀 흘리지 않고 오를수 없다’ 는 평범한 理致는 '땀 흘리지 않고 이룰수 없다' 는 우리네 인생살이의 바로 그것이다.
별다른 문제없이 산행이 지속되고 있음에 감사하고, 苦樂을 같이하며 꿋꿋이 대간의 마루금을 잇고 있는 친구들이 자랑스럽다. ‘58백두클럽’의 대간 마루금 잇기는 내년 4-5월경 大長征의 마무리가 되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