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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19회 작성일 2012-03-1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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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복수의 정치, 통합의 정치

[중앙일보] 입력 2012.03.15 00:00 / 수정 2012.03.15 00:00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광기(狂氣) 어린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우리 정치 현실이 점점 살벌해지고 있다. ‘심판과 복수’의 공언(公言) 속에 광기에 가까운 말들이 정치판은 물론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반값 등록금이나 복지와 같은 ‘달콤한 말들’의 경연장이었던 정치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복수의 정치가 되풀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가는 “말로 살고 말로 망한다”고 한다. 말은 화살과 같아서 일단 내뱉으면 주워 담기가 어렵다. 따라서 말이 경솔하거나 지나치면 정치가는 자신의 묘혈을 파게 된다. 그런데 왜 이런 광기 어린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일까. 물론 보수고 진보고 서로에게 환멸을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 그동안 받은 상처가 너무 깊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이런 광기 어린 말로 정치적 야망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 여론은 과격한 리더십이 아니라 부드러운 리더십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적의(敵意)에 찬 정치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영국의 총리였던 애틀리는 “민주주의의 토대는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현명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자세에 있다”고 했다. 서로의 입장에 대한 배려 없이 민주주의는 성숙할 수 없다는 말이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광기 어린 말들의 난타전에서 토론을 통한 정책 논쟁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총선에 임하는 우리 정치에서 이런 배려의 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슴에 와 닿는 말은 없고 가슴을 찌르는 말뿐이다. “이명박 정권에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는 말뿐이 아니다. 공천을 둘러싼 반발 속에 여야 할 것 없이 정치인들이 내뱉는 말들은 ‘어제’의 일에 대한 심판과 복수의 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하루아침에 고쳐질 병도 아니다.

 하지만 정치권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무엇에 대한 ‘반대(against)’의 정치가 아니다. 미래의 그 무엇인가를 ‘위하여(for)’ 함께하는 정치인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그것은 어제에 대한 보복의 정치가 아니라 내일을 위한 통합의 정치인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말들의 경연에서 광기 어린 말들의 난타전으로 바뀐 작금의 현실에서 이런 정치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복지와 같은 달콤한 말들의 정치는 비록 포퓰리즘의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일을 위한 몸부림의 일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심판과 복수를 외치는 광기 어린 말들의 정치에서는 내일에 대한 생각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어제의 일에 대한 보복의 칼날이 번득이고 있을 뿐이다.

 새누리당 공천 탈락의 70% 이상이 친(親)이명박계고, 민주통합당 공천의 70% 이상이 친노(親盧)계로 나타나고 있다. 금년의 총선과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장악하든 복수의 악순환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다. 이것은 불길한 전망이다. 제때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치 통합은 영영 물 건너갈지도 모른다.

 정치통합은 우리의 시급한 문제인 동시에 또한 영원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그것을 이루어 낼지 모르고 있다. 그렇다고 고대처럼 신탁에 맡길 수도 없고, 역사가 기회를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문득 얼마 전에 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인빅터스’에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의 약소 럭비팀을 월드컵 우승에 이르게 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27년간 투옥되었던 그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후 차별과 억압의 상징인 백인들에게 ‘당한 만큼 갚아주기’보다는 포용을 통해 흑백통합을 이루어 내려는 그의 모습이 감동 그 자체다.

 럭비는 발생지가 영국이며 백인 부유층의 스포츠다. 흑인들이 좋아할 리 없다. 그래서 흑인 선수라곤 한 명밖에 없던 남아공의 럭비팀이 다른 나라와 시합을 하면 흑인들은 으레 다른 나라 팀을 응원했다. 인종차별 정책 철폐 후에는 럭비팀의 이름은 물론 유니폼까지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만델라는 흑인들을 설득하여 팀의 명칭이나 유니폼을 바꾸지 않은 채 흑백 간의 통합을 통해 우승을 일구어 냈던 것이다.

 물론 이런 감동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정치가는 흔치 않다. 하지만 정치가의 진정한 사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선거 전에 우리 정치인들이 한번 관람하면 어떨까.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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