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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17회 작성일 2012-10-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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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시평]대쪽, 걸레론 그리고 안철수 손호철 | 서강대 교수·정치학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너무 오래 뜸을 들여 김이 빠진 감은 있지만 그의 출마선언으로 올 대선구도는 이제 3강체제로 본격적인 막을 올리게 됐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을 들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엉뚱하게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이제는 유명을 달리한 제정구 전 의원이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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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재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안 후보 정도는 아니었는지는 모르지만, 평소 올곧은 판결로 명성이 있었던 만큼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정치입문 당시 그의 별명이 ‘대쪽’이었다. 개인적으로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 전 총재의 과거 별명이 대쪽이었던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묻곤 한다. 대부분의 답이 “그가 청렴하고 원칙을 지켜서”라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것도 맞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없느냐”고 되묻는다. 한참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주는 답은 “그가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그가 대쪽이었던 이유는 원래 깨끗한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연유하기도 하지만 정치를 하지 않아 타락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 그의 최측근들이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차떼기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야 했다는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논법을 확대하면 안 후보가 깨끗한 것은 다른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정치를 했어도 지금 같은 이미지를 지킬 수 있었을까? 사당정치 등과 관련해 한때 3김을 많이 비판했었다. 이후 386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서 어느 면에서는 ‘3김 존경론’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정치 몇 년 만에 엉망이 되어버린 386을 보니 정치를 수십 년 하고도 그것밖에 타락하지 않은 3김이 존경스러워진 것이다. 누군가 ‘탱자론’으로 표현한 바 있지만 아무리 좋은 귤도 한국정치에 심어놓으면 한국정치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익어서 수확할 때면 탱자가 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 같은 측면을 너무 강조하면 구조적 숙명론과 허무주의에 이르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현재 안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한국정치의 여러 문제들이 단순한 인물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임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패 등 기존 정치를 무조건 비판하기에 앞서 정치 현실 앞에서 겸손해지고 보다 숙연해져야 한다.

안 후보의 출마선언을 들으며 떠오른 또 다른 사람은 제정구 전 의원이다. 학생운동 지도자에서 빈민운동가로 변신해 빈민들과 함께 살며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는 막사이사이상까지 수상한 제 전 의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3김정치에 저항하며 정치입문을 결심한다. 그를 아껴 정치입문을 막으려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는 ‘걸레론’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행을 해명했다. 정치가 더럽다고 모두들 외면하면 그 더러움은 영원히 계속될 것임으로 자신이 걸레가 되어 정치를 청소하겠다는 것이다. 즉 걸레는 자신의 몸을 더럽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데 자신이 바로 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 더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 같은 걸레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병을 얻어 암으로 자신이 선언한 ‘걸레의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채 세상을 달리했다.

제 전 의원의 실험 결과와는 별개로, 안 후보가 배워야 할 또 다른 측면이 바로 이 걸레론이다. 안 후보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결벽증을 가지고 현실정치의 타락을 비판하며 현실정치를 멀리할 것이 아니라 정치를 청소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그 타락과 구정물 속에 발을 담그고 제 전 의원의 걸레론을 실천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하긴 베일을 벗은 안 후보의 주변 인물들을 보니 결벽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오염된 인물들이 많이 눈에 띄지만 말이다. 그러나 주변이 그러한 것과 후보 자신이 그러한 것은 다른 것인 만큼 안 후보는 걸레론, 그리고 탱자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안철수의 미래는 탱자일까, 걸레일까? 걸레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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