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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16회 작성일 2017-03-07 09:56
태극기 1500개가 매일 휘날리는 섬 ……… 소안도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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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1500개가 매일 휘날리는 섬 ……… 소안도

전남 완도 남쪽 바다 건너 20㎞… 지금 봄이 오는 남도 작은 섬엔 1500개 태극기가 가득 펄럭인다. '태극기의 섬' 소안도다.

왼쪽 옆구리엔 전복의 고장 노화도, 역사의 섬 보길도가 있다. 소안·노화·보길 세 섬을 모두 다녀왔다. 남도 섬마을에 '3월'이 한창이다.

 

입력 : 2017.03.02 04:00 | 수정 : 2017.03.03 07:46

태극기의 섬 소안도
전복의 고장 노화도
역사의 섬 보길도…
남도 섬마을 3곳에서 3월을 맞이하다

3월은 봄―. 우리의 봄은 늘 이날로 시작한다. 98년 전인 1919년 3월 첫날, 태극 물결이 온 산하(山河)를 뒤덮었다. 지금 봄이 오는 남도 작은 섬엔 1500개 태극기가 가득 펄럭인다. 하루도 깃발 내리는 날 없는 '태극기의 섬' 소안도다. 전남 완도 남쪽 바다 건너 20㎞ 떨어져 있다. 왼쪽 옆구리엔 전복의 고장 노화도, 역사의 섬 보길도가 있다. 소안·노화·보길 세 섬을 모두 다녀왔다. 남도 섬마을에 '3월'이 한창이다.

소안도 항구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일정한 간격으로 태극기가 이어져 휘날린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소안도 항구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일정한 간격으로 태극기가 이어져 휘날린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이렇게 나라 사랑 가득한 곳이 또 있을까. 섬으로 가는 배 이름은 대한·민국·만세호. 선착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 3~4m 간격으로 세운 깃대 위에는 태극기가 잇달아 펄럭였다. 섬마을 어디로 눈을 돌려도 온통 태극기 투성이다. 1350가구 섬에 내건 태극기 수는 1500개. 학교·관공서만 아니다. 집집이 깃대를 세우고 '나라 사랑'을 달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펄럭인다. '편안히 살 만한 곳'이라는 섬 소안도(所安島). 전남 완도 화흥포항에서 한 시간 걸린다. 지난 목요일 봄을 재촉하는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늘 태극기가 휘날리는 섬 소안도

일제강점기 소안도는 '소안(所安)'한 마을이 아니었다. 1920년대 6000여 주민 중 800명이 '불령선인'으로 지목됐다. 이 조그만 섬에서 광복 후 건국훈장을 받은 20명을 포함해 독립운동가 89명을 배출했다. 이들의 투옥 햇수를 더하면 110년에 이른다 한다.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독립운동이 가장 강성했던 곳으로 꼽힌다. 배 내린 선착장에는 '항일의 땅, 해방의 섬'이라 새긴 비석이 서있었다.


 

이미지 크게보기집집이 365일 태극기가 펄럭이는 ‘태극기의 섬’ 소안도다. 1350가구 작은 섬마을에 내걸린 태극기 수는 1500개에 이른다(위). 소안도 해변에 유채꽃이 피었다.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이런 일에는 언제나 중심인물이 있다. 소안도 출신으로 서울 중앙학교를 졸업한 송내호(宋乃浩·1895~1928) 선생. 서울 탑골공원 3·1 독립만세 운동에 이어 보름 후 열린 완도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서울에서 가져온 독립선언서를 뿌렸다. 소안도에서는 이날을 기려 해마다 3월 15일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갖는다. 송내호는 1927년 좌우를 망라한 항일 민족운동단체 신간회 창립 발기인 35인 중 한 사람으로 초대 간사를 지냈다. 조선일보 사장 이상재, 부사장 신석우, 주필 안재홍 같은 민족지도자들과 함께였다.

송내호는 섬 주민 교육에 헌신했다. 1913년 설립한 사립소안학교(처음엔 중화학원) 교사로 민족 교육을 통해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주민들은 소안학교 앞에 반드시 '사립'을 앞세운다. 일제가 만든 학교가 아니라 우리 손으로 세웠다는 뜻을 말하려는 까닭이다. 일본 국경일 행사를 거부하고 일장기를 달지 않는 학교였다. 일제는 1927년 사립소안학교 폐교령을 내린다. 주민들은 복교 운동을 벌이며 일제에 저항했다. 섬마을 학교 폐교 사건은 당시 항일운동의 상징이 됐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연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소안학교 폐교령에 대한 유감'(1927년 5월 18일), '소안교 복교 운동 맹렬'(6월 11일) 등 사설과 기사로 일제를 비판했다. 송내호 선생은 목포형무소에 갇혔다가 병을 얻어 서른넷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사립소안학교 자리에 2003년 소안항일운동기념관과 기념탑을 세우고 학교 교사(校舍)를 복원했다. 기념탑 주위로 동그랗게 높이 솟은 깃대 위에 태극기가 무리지어 펄럭인다. 복원한 학교 건물은 주민이 이용하는 작은 도서관과 교육 공간이다. 기념관에는 당시 신문 기사, 소안도 출신 독립운동가 얼굴 부조 등을 전시했다.


 

이미지 크게보기1소안항일운동기념관 내부 모습. 2 소안도 항일운동기념탑.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태극기가 온 섬에 휘날리게 된 때는 훨씬 이후 일이다. 이대욱 소안항일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의 역할이 있었다.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이 열리던 무렵 처음으로 소안도 역사를 알게 됐다 한다. “내 고향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부끄러웠다. 직장(농협) 은퇴 후 본격적으로 고향 역사 공부를 했다. 허정수·심만섭 소안면장과 의기투합했다. 마을에 태극기를 달자. 이장협의회를 열어 2012년 처음 북암리 마을 30가구부터 시작했다. 태극기 다는 집이 늘어갔다. 온 마을이 태극기를 단 2013년 12월 ‘태극기 섬 선포식’을 열었다.

어려움도 있었다. 깃발 펄럭이는 소리에 잠을 못 자겠다는 주민 민원도 있었다. 태극기 게양법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태극기는 아무 때나 제멋대로 걸 수 있는 게 아니다. 법률에 따르면 태극기는 국경·기념일과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한 날에 달도록 하고 있다. 올해 완도군은 소안도에서 연중 태극기를 달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었다. 깃대 수리와 훼손된 태극기 교체 비용도 지원받게 됐다. 이대욱 회장은 “365일 태극기가 휘날리는 소안도를 독립운동 순례 답사지로 많은 국민이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안도는 먼 옛날엔 두 섬이었다고 한다. 두 섬이 이어진 잘록한 허리 같은 땅에 항일운동기념관이 있다. 섬에서 가장 높은 가학산(368m)에 올랐다. 소안도 허리와 다도(多島)를 품은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에 노화도와 보길도, 오른쪽으로 청산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산 정상에는 바람이 세게 불었으나 한겨울 칼바람은 아니었다.

전복의 고장 노화도, 역사의 섬 보길도

노화도와 보길도는 소안도에서 소리치면 들릴 듯한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뱃길로 가야 한다. 당초 소안도에서 하루 묵고 노화·보길도로 가려 했다. 그러나 ‘주의보’가 내려 배편은 결항. 20분이면 가는 곳을 하릴없이 바라보면서 하루 더 머물러야 했다. 노화도와 보길도는 다리로 이어져 있다. 2008년 보길대교 개통으로 한몸이 됐다.


 

 

노화도는 덜 알려져 있지만 세 섬 중 ‘형님’이다. 보길도와 소안도는 ‘면(面)’이지만 노화도는 ‘읍(邑)’. 섬 동쪽 동천항에서 완도로, 서쪽 산양진항에서 해남 땅끝까지 배편이 있는 바다 교통 중심이다. 전복 양식 원조라고 자랑한다. 앞바다에는 주황색 ‘전복 밭’이 줄 맞춰 이어져 있었다. 보길도를 바라보는 읍내 바닷가 항구에는 전복 횟집이 늘어서 있다.

보길도를 모르는 이는 없다. 윤선도(1587~1671) 덕이 크다. 병자호란 때 임금이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유배길에 나섰다. 제주도 가는 길에 들른 보길도 풍광에 빠져 그대로 자리 잡았다. 섬 중심 부용동에 세연정을 지었다. 오우가(五友歌)가 나오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담한 나무집 세연정 주위에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 있다. 부용동 계곡 물을 막아 만든 연못에는 잘생긴 일곱개 바위가 뽐낸다. 칠암(七巖). 정자 주변 소나무와 대나무 위로 달이 뜨면 다섯 친구가 완성된다. 동백은 왜 친구로 하지 않았을까.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에 주목했던 것일까. 세연정에서 가장 많은 나무는 동백. 봄기운에 못 이겨 이제 막 꽃잎이 벌어지고 있다.

남인 거두 윤선도는 현종 임금 때 벌어진 ‘복제(服制) 논쟁’에서 노론 영수 송시열(1607~1689)과 맞붙었다. 선왕인 효종 국상(國喪)에 상복을 1년 입을지 3년 입을지 벌인 논쟁이다. 지금 시각으로는 무익한 논쟁일 것이나 당시로선 정치 명운이 걸린 일이었다. 승리는 송시열. 하지만 이긴 이도 훗날 이곳 보길도로 발걸음을 해야 했다. 여든셋 노인은 장희빈 아들(훗날 경종)의 세자 책봉에 반대하다 제주도 유배를 떠났다. 정적(政敵) 윤선도가 세상 떠난 지 18년이 지난 1689년이었다. 가는 길 보길도에 들러 시절을 한탄했다. ‘여든셋 늙은 몸이 푸른 바다 한가운데 떠 있구나. 한마디 말이 무슨 큰 죄일까. 대궐 계신 님을 속절없이 우러른다. 다만 남녘 바다 순풍을 믿을 수밖에.’ 윤선도와 송시열이 보길도에서 만났다면 웃으며 손을 잡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섬 동쪽 끝 절벽 바위에 송시열 한시를 새긴 ‘글씐바위’가 있다. 후대에 새긴 것이다. 바다를 보니 떠나온 소안도가 가까이 보였다. 바다에는 전복 양식장이 가득했다. 바람은 벌써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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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화흥포항(061-555-1010)에서 소안도행 배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약 한 시간 간격으로 10회 운항한다. 만세호는 선박 검사 중이어서 대한·민국호가 번갈아 뜬다. 자동차 선적 가능. 노화도 동천항(061-553-5635)을 들렀다 간다. 동천항에서 소안항(061-553-8177)까지 20분. 노화도 산양진항~해남 땅끝을 오가는 배편도 있다. 화흥포항→소안도→동천항→보길도 여정 추천. 바람이 세면 결항하기도 한다. 여행 일정은 이틀 이상 잡아야 한다.

섬 물가가 만만치 않다. 소안도에 동창식당, 우정식당, 달목식당 등이 있다. 김치찌개든 조기매운탕이든 3만원을 받았다. 보길도 바위섬횟집 전복 요리 가격은 ‘시가’. 지난 주말엔 전복회·구이·찜이 각각 6만원이라고 했다. 전복회<사진>를 시켰더니 손바닥 반보다 작은 전복 8개가 올라왔다. 전복된장찌개 1만원(공기밥 별도). 비싸다는 내색에 “여기는 섬이라서…”라고 했다. 전복 요리를 내는 식당은 보길대교 건너 노화도에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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