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문학평론가 김치수씨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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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한국 문학 양대산맥 '문지' 주역
[중앙일보] 입력 2014.10.15 00:27 / 수정 2014.10.15 00:56[삶과 추억] 문학평론가 김치수씨 별세
김현·김주연·김병익과 ‘4K’
작가에 공감‘동행으로서의 비평’
김치수
1940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불문과 재학 중 김승옥·김현(1990년 작고) 등과 함께 ‘산문시대’ 동인으로 활동했다. 70년 김현·김주연·김병익과 함께 계간 ‘문학과지성’(80년 신군부에 의해 종간됐다가 88년 ‘문학과사회’로 재창간)을 창간해 순수문학 진영을 대변했다.
66년 창간된 실천지향적인 창비와 함께 문학과지성사는 70∼80년대 한국문학의 양대산맥으로 손꼽혔다. 4K의 ‘K’는 설립 주역인 네 김씨의 영문 이니셜이다.
고인은 76년 프랑스 프로방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본격적인 비평활동을 했다. 당시 한국 문학은 민주화운동의 흐름 속에 노동자 문제나 민족 분단 문제를 주로 다루는 일종의 ‘진보적 소재주의’가 유행했다.
그런 상황에서 고인은 문학과 사회의 보다 내밀하고 복합적인 연관 관계를 밝히는 문학사회학을 소개했다. 소설의 구조와 사회의 구조가 관련 있음을 밝히고 인물의 내적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작품을 분석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80년 지식인 시국선언에 참가해 이화여대에서 해직됐다가 84년 복직되기도 했다.
후배 평론가 정과리씨는 “따듯한 인간성이 작품 분석으로도 이어져 힘든 길을 가는 작가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동행으로서의 비평’이라고 할 만한 작업을 했다”고 회고했다. 평론가 이광호씨는 “따르는 후배 작가, 평론가가 많은 분이었다”고 말했다.
평론서 『문학사회학을 위하여』, 번역서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등 저작을 남겼다. 팔봉비평문학상, 프랑스 정부 문화훈장,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안정환씨, 장남 용대(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씨, 차남 용욱(뉴욕 맨해튼 칼리지 토목공학과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7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양평 추모공원이다. 02-2072-2091.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